최근 부산 금정구 장전동 2층 주택으로 이사한 정 모(53) 씨는 도시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한 배관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완공을 앞두고 업체로부터 추가 공사비 150만 원을 지급해야 가스 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당초 가스배관을 매설하려던 곳에서 암반이 나와 위치를 옮겨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씨는 결국 업체와 협상을 통해 추가요금을 대폭 할인받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지만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정 씨와 같이 일반주택의 도시가스 배관 공사를 둘러싸고 소비자와 시공업체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를 의뢰하는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 시공업체가 요구하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판단할 기준이 없는데다 시공 중 변수가 생겼다며 추가공사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많은 탓이다.
부산지역 업체 80여 곳 난립
시공비 기준 없어 천차만별
추가요금 요구 많아 마찰도
업계에서도 시공비 기준이 없어 시비가 잦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1미터 당 얼마라는 식으로 기준이 있으면 우리도 좋겠지만 개별 주택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계약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공사비가 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공업체에서 운영하는 시공계약 전문 프리랜서제도도 시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계약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이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계약자를 확보한 후 공사는 업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계약자만 믿고 시공을 맡겼다 현장 공사감독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많다는 것.
지난 9월 도시가스 배관공사비를 위한 저리 대출제도가 있다는 말만 믿고 계약 전문 프리랜서와 배관공사를 계약한 김 모(48) 씨는 최근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식경제부에서 연 2.5%의 저금리로 주택 소유자에게 500만 원까지 대출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 씨가 공사대금을 지출해야 할 때는 이미 올해 준비한 대출금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계약할 당시에는 자신이 알아서 모든 절차를 다 해줄것 처럼 하다 계약금을 지불한 후 공사가 시작되자 최근까지 일절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도시가스 배관연결 시공을 할 수 있는 가스시설 1종 시공업체는 부산에만 80여 곳. 부산지역 가스 공급업체인 부산도시가스㈜의 메인배관(관로)에서 개별 세대까지 연결하는 배관공사를 맡고 있지만 자본금 3억 원 이상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부산도시가스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마치 부산도시가스에서 직접 시공하는 것처럼 속이고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자신의 집이 도시가스 공급이 가능한 곳인지 확인하고 추가요금 등 여러 시공업체의 견적서를 비교한 후 구체조건을 명확히 밝힌 계약서를 작성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업체 등록을 받는 구·군청의 관리감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